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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지 않을 권리 공혜정 (지은이)

by 책 신간 수석 연구원 2024. 11. 19.

 

 

 

책소개

잊혀져서는 안 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잊는 순간 아이들의 존재와 함께 미안하다는 반성과 다른 아이들은 지켜주겠다는 다짐마저 사라져버리고 만다. 아이들의 죽음이 법과 시스템을 개선하는 슬픈 계기가 되었기에 이 아이들은 ‘잊혀지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지켜주어야 한다.

 

 

 
잊혀지지 않을 권리
아이가 죽었다. 맞아서, 굶어서, 그것도 부모로부터… 초등학생 아이가 맞아서 죽었다. 몇 시간 동안 무참히 맞아, 갈비뼈가 16개가 부러졌다. 그러나 계모는 아이를 때리면서도, 아이가 죽을 줄 몰랐다고 진술한다. 가해자의 변호사는 그녀가 징역 5년 형을 받을 거라고 예상했다. 아이가 죽었는데, 죄명은 살인이 아니었다. 아이는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집에서 학대를 당하고 있었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고, 몸에는 늘 멍이 들어 있었다. 삐쩍 마르고 늘 집에 가기 싫어했던 아이, 그러나 학교 성적이 우수했던 ‘서현’이가 집에서 맞고 있을 거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새 아파트에 사는, 싹싹하고 사교적인 엄마, 공부 잘하는 아이, 이런 조건들이 우리의 눈을 가렸던 걸까. 아무도 아이의 구조 신호를 듣지 못했고, ‘서현’이는 소풍 날이었던 그날, 죽고 말았다. 그리고 그 사건으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도 송두리째 달라졌다. 얼마나 더 많은 아이들이 죽어야 이 비극이 끝날까 굶어 죽은 지 6개월 만에 미라 상태로 발견된 구미 보름이, 21일간 방치되어 굶어 죽은 아산 주현이, 개 사료를 훔쳐 먹다 굶어 죽은 울산 예린이, 태어날 때보다 몸무게가 덜 나갈 정도가 되어 굶어 죽은 창원의 76일된 아기 별리….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아이들이 굶어서 죽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 끔찍하고 잔혹한 아동 방임과 학대 살해는 어쩐 일인지 끊이지 않고 있다. 2023년의 통계를 보면, 아동학대 행위자의 86%는 부모, 학대가 발생한 장소는 대부분이 가정이었다. 그리고 44명의 아동이 지난해 아동학대로 사망했다. 국내 아동학대 사건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지만, 가해자는 그에 합당한 벌을 받지 않고 있다. 또한 아동 학대에 대한 신고가 반복적으로 들어가고 있음에도, 대한민국은, 우리는, 끝내 아이들을 구조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믿을 수 없이 많은 아이들이 굶어서, 맞아서, 집에서 죽었다. 이 책의 저자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의 공혜정 대표는 ‘탄원서 쓰는 법을 아냐’는 지인의 한마디 말에 아동학대 사건 속으로 휘말려 갔다. 평생 시민단체 활동이라곤 모르곤 살았던 그녀는 〈울산 계모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 후, 180도 달라진, 활동가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의 비극적인 죽음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아동학대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자료를 모으고, 사건의 재판정마다 찾아가 방청 기록을 하고, 가해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또한 아동의 권리와 보호에 관한 법을 바꾸기 위한 시민들의 서명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한편 학대를 당하다가, 원가정과 분리된 아이들을 위한 심리 치유 프로그램도 진행 중인데, 이 모든 활동들을 정부의 지원 없이 오로지 시민들의 후원으로만 꾸려가는 중이다. 이 책은 지난 12년 동안 아동학대 사건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저자가 재판정에서 보고 듣고 정리한 자료들을 1년에 걸쳐 기록한 결과물이다. 너무 참혹하여 다시 펼쳐보기 싫었던 이 자료들을 다시 정리하는 일은 저자에겐 오랜 숙제와도 같았다. 아이들의 사건 자료와 사진을 다시 들추고, 가해자들이 받은 말도 안 되는 최종 판결을 더듬는 일은 말로 할 수 없이 괴롭고 애가 끊어지는 일이었다. 몇 번이고 그만두고 도망가려 했지만 끝까지 이 기록들을 새로 적어, 엮은 까닭은 다시는 아동학대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더불어 이 기록이 먼저 간 아이들을 위해 남겨진 어른들이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절대, 잊혀져서는 안 되는 아이들을 기록하다 아이가 잘못을 하면, 때릴 수도 있다는 말을,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에게 종종 듣는다. 맞으면서 자란 아이들이 더 잘 된다거나, 내 자식이니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이 어른들의 마음속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자라는 동안 부모에게 받은 상처와 미움과 학대를 영원히 기억한다. 어쩌다 실수로도 어른은, 아이를 때려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어떤 모습이든, 그저 사랑만 받기에도 충분한 존재들이니 말이다. 이 책에 기록된 아동학대 사건들을 끝까지 기억하고, 이와 비슷한 일이 앞으로 단 하나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아이들이 사랑받고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이 기록을 오늘 남긴다. 〈blockquote〉“이제 나는 아동학대에 대해 ‘제대로’ 알리고 싶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예방할 수 있는지, 살아남은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고 건강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리는 일. 그것은 올바른 강사를 양성하여 제대로 아동학대에 관해 세상에 알리고 예방하는 일이다. 그것이 지금까지 하늘로 소풍 간 많은 아이들에 대한 나의 애도이자 미안함이고 내 나머지 밥값은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 글은 잊혀져서는 안 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잊는 순간 아이들의 존재와 함께 미안하다는 반성과 다른 아이들은 지켜주겠다는 다짐마저 사라져버리고 만다. 아이들의 죽음이 법과 시스템을 개선하는 슬픈 계기가 되었기에 이 아이들은 ‘잊혀지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지켜주어야 한다.” 〈/blockquote〉
저자
공혜정
출판
느린서재
출판일
2024.10.31

 

 

 



아이가 죽었다. 맞아서, 굶어서, 그것도 부모로부터…
초등학생 아이가 맞아서 죽었다. 몇 시간 동안 무참히 맞아, 갈비뼈가 16개가 부러졌다. 그러나 계모는 아이를 때리면서도, 아이가 죽을 줄 몰랐다고 진술한다. 가해자의 변호사는 그녀가 징역 5년 형을 받을 거라고 예상했다. 아이가 죽었는데, 죄명은 살인이 아니었다. 아이는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집에서 학대를 당하고 있었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고, 몸에는 늘 멍이 들어 있었다. 삐쩍 마르고 늘 집에 가기 싫어했던 아이, 그러나 학교 성적이 우수했던 ‘서현’이가 집에서 맞고 있을 거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새 아파트에 사는, 싹싹하고 사교적인 엄마, 공부 잘하는 아이, 이런 조건들이 우리의 눈을 가렸던 걸까. 아무도 아이의 구조 신호를 듣지 못했고, ‘서현’이는 소풍 날이었던 그날, 죽고 말았다. 그리고 그 사건으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도 송두리째 달라졌다.
 


얼마나 더 많은 아이들이 죽어야 이 비극이 끝날까
굶어 죽은 지 6개월 만에 미라 상태로 발견된 구미 보름이, 21일간 방치되어 굶어 죽은 아산 주현이, 개 사료를 훔쳐 먹다 굶어 죽은 울산 예린이, 태어날 때보다 몸무게가 덜 나갈 정도가 되어 굶어 죽은 창원의 76일된 아기 별리….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아이들이 굶어서 죽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 끔찍하고 잔혹한 아동 방임과 학대 살해는 어쩐 일인지 끊이지 않고 있다. 2023년의 통계를 보면, 아동학대 행위자의 86%는 부모, 학대가 발생한 장소는 대부분이 가정이었다. 그리고 44명의 아동이 지난해 아동학대로 사망했다. 국내 아동학대 사건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지만, 가해자는 그에 합당한 벌을 받지 않고 있다. 또한 아동 학대에 대한 신고가 반복적으로 들어가고 있음에도, 대한민국은, 우리는, 끝내 아이들을 구조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믿을 수 없이 많은 아이들이 굶어서, 맞아서, 집에서 죽었다. 이 책의 저자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의 공혜정 대표는 ‘탄원서 쓰는 법을 아냐’는 지인의 한마디 말에 아동학대 사건 속으로 휘말려 갔다. 평생 시민단체 활동이라곤 모르곤 살았던 그녀는 <울산 계모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 후, 180도 달라진, 활동가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의 비극적인 죽음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아동학대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자료를 모으고, 사건의 재판정마다 찾아가 방청 기록을 하고, 가해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또한 아동의 권리와 보호에 관한 법을 바꾸기 위한 시민들의 서명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한편 학대를 당하다가, 원가정과 분리된 아이들을 위한 심리 치유 프로그램도 진행 중인데, 이 모든 활동들을 정부의 지원 없이 오로지 시민들의 후원으로만 꾸려가는 중이다.

 


이 책은 지난 12년 동안 아동학대 사건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저자가 재판정에서 보고 듣고 정리한 자료들을 1년에 걸쳐 기록한 결과물이다. 너무 참혹하여 다시 펼쳐보기 싫었던 이 자료들을 다시 정리하는 일은 저자에겐 오랜 숙제와도 같았다. 아이들의 사건 자료와 사진을 다시 들추고, 가해자들이 받은 말도 안 되는 최종 판결을 더듬는 일은 말로 할 수 없이 괴롭고 애가 끊어지는 일이었다. 몇 번이고 그만두고 도망가려 했지만 끝까지 이 기록들을 새로 적어, 엮은 까닭은 다시는 아동학대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더불어 이 기록이 먼저 간 아이들을 위해 남겨진 어른들이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절대, 잊혀져서는 안 되는 아이들을 기록하다
아이가 잘못을 하면, 때릴 수도 있다는 말을,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에게 종종 듣는다. 맞으면서 자란 아이들이 더 잘 된다거나, 내 자식이니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이 어른들의 마음속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자라는 동안 부모에게 받은 상처와 미움과 학대를 영원히 기억한다. 어쩌다 실수로도 어른은, 아이를 때려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어떤 모습이든, 그저 사랑만 받기에도 충분한 존재들이니 말이다.

 


이 책에 기록된 아동학대 사건들을 끝까지 기억하고, 이와 비슷한 일이 앞으로 단 하나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아이들이 사랑받고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이 기록을 오늘 남긴다.
 


“이제 나는 아동학대에 대해 ‘제대로’ 알리고 싶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예방할 수 있는지, 살아남은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고 건강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리는 일. 그것은 올바른 강사를 양성하여 제대로 아동학대에 관해 세상에 알리고 예방하는 일이다. 그것이 지금까지 하늘로 소풍 간 많은 아이들에 대한 나의 애도이자 미안함이고 내 나머지 밥값은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 글은 잊혀져서는 안 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잊는 순간 아이들의 존재와 함께 미안하다는 반성과 다른 아이들은 지켜주겠다는 다짐마저 사라져버리고 만다. 아이들의 죽음이 법과 시스템을 개선하는 슬픈 계기가 되었기에 이 아이들은 ‘잊혀지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지켜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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